저는 2020년 10월 1일부터 계산과학부 KIAS Fellow로 임용되어 고등과학원의 일원이 된 이창민이라고 합니다. 고등과학원의 일원으로 신임 연구원 에세이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더 고등과학원의 일원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임용 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고등과학원 속에서의 삶을 돌아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관련 이야기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고등과학원에 임용되기 전 프랑스의 ENS de Lyon이라는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한 프랑스 학교에서 연구원의 삶을 비추어 볼 때, 프랑스어를 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연구적인 면에서 더 큰 장점이 있었기에, 저는 해외에서의 연구원의 삶을 더 연장해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라는 대재앙이 발생하였고, 저는 그렇게 제 계획과 무관하게 급히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프랑스 대학에서는 계약 기간 동안 한국에서의 재택근무를 인정해주어 한국에서 일을 이어나갈 수는 있었지만, 당분간 해외에 나가기 힘들 거라는 생각에서 저는 한국에서의 연구원 자리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임용 자리를 알아보던 당시 저는 고등과학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대학원 시절 응용 수학 중 하나인 암호학을 전공하였고, 채용 관련 정보에서 제공된 고등과학원의 연구 분야에는 명확히 암호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아, 저와는 큰 접점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제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데 있어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과 면담 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에서 암호분야도 채용을 한다는 사실과 함께 저에게 가장 어울리는 연구소라고 추천해주셨고, 당시 계산과학부의 KIAS Fellow 자리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돌이켜보면, 코로나로 인해서 고등과학원에 들어온 사실이 저에게는 큰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연구원들의 꿈이 대학 교수가 되는 것처럼, 저 또한 대학교수를 목표로 연구원으로서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등과학원에 임용된 이후 저는 고등과학원에서 제 평생의 커리어를 달성해도 괜찮다 싶을 만큼 고등과학원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고등과학원에 들어오기 전. 제가 지냈던 프랑스 ENS de Lyon에서의 삶에 만족스럽다고 했었는데, 한편으론 한국에도 이런 이상적인 연구소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고등과학원에서 삶은 고등과학원이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연구소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최신식 시설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등 연구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이 갖추어진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학위를 받은 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늘 제 옆에 있었습니다. 고등과학원이라는 좋은 연구 환경에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된 지금은 조급함보다는 오랜만의 연구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 연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서 한 가지 다만 아쉬운 점은, 고등과학원의 좋은 연구진들과 만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빠른 시일 안에 종식되어 다양한 연구지들과 같이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며 이 에세이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