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S 개원 25주년을 충심으로 축하합니다. KIAS 설립추진단장으로서 설립 초기의 여러 기억들을 회상하며 정말 세월이 유수와도 같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한 기관이나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전, 전략, 정신의 3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IAS 비전은 당시 과기처 장관이셨던 정근모 장관님께서 제시하셨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기술주도의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과학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육성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정 장관님의 뚜렷한 비전이 순수 기초과학연구소인 KIAS의 잉태를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당시 응용 과학과 공학이 주목 받던 상황을 감안할 때, 시대를 앞서가는 역사의 지평선 너머를 보는 혜안의 비전이라 생각합니다.
필자는 정 장관님의 비전에 설득되어 1996년 10월 1일 KIAS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 전까지 1여년 간 설립추진단장을 맡으며 설립에 필요한 제반 준비 작업을 총괄하였습니다. KIAS 발전전략과 운영방안을 수립하고, 정부재원 확보 및 민간기금을 조성하였으며, 당시 25년 된 건물을 개보수 하였습니다.
제가 KIAS를 처음 설계하면서 향후 전략적 마일스톤milestone으로 설정한 것은 10년 내에 최우수 교수 및 포스닥 펠로우를 확보하고, 20년 후에는 국내 이론 연구소로서 확실한 위상을 정립하고, 나아가 30년 후에는 기초과학분야의 발견과 발명의 진원지가 되어 세계적 위상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5년 간 KIAS의 발자취와 이룩한 업적을 반추해 볼 때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됩니다. 그동안 이러한 성공적인 역사를 만드신 역대원장님들의 리더십 그리고 교수, 연구원, 직원분들의 열정과 헌신에 대해 초창기 KIAS 설립에 작은 기여를 한 사람으로서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이런 성공의 역사가 발판이 되어 10년 후에는 명실공히 세계적 기초과학연구소로서 자리 매김하길 바랍니다. 이런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문적 정신Spirit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학문적 난제와 인류가 직면한 큰 문제Big problems를 해결하려는 도전적 학문정신입니다.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 연구개발은 대부분 학문적 임팩트도 없고, 기술적 부가가치 창출도 못하는 ‘쉽고 어중간한’ 소위, ‘역 U자형’ 연구를 주로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학문적 임팩트가 있든지 아니면 기술적 가치를 창출하는 양 극단의 ‘U자형’ 연구를 해야 할 때입니다. 아무쪼록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KIAS가 도전적 학문정신을 품고 U자형 연구를 선도하여 이러한 정신을 우리나라 대학과 출연연구소에 전파하는 선도적 연구기관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KIAS 개원 25주년을 축하드리며 KIAS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21년 4월 12일
前 KAIST 총장 신 성 철